52시간 탄력근무제때문에 고객의 니즈에 맞춰서 프로그램 개발일이 들어왔다.
이 A프로젝트는 원래 일정이 영업일기준 40일 프로젝트인데 시작일은 영업이사님이 일정을 늦게 알려줘서 계약서상의 스타트랑 실제 개발스타트가 매우매우 달랐다.
계약서상의 스타트로 하면 2018년 12월 말이여서 2월26일에 끝내야 했고, 실제 스타트는 1월 14일이지만 계약서랑 좀 조율해서 1월7일부터 3월4일까지로 40일 계산을 했다.
계약 일정에 맞추느라 말도 안되게 빠듯한 일정 속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40일조차도 과연 완료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못할 가능성이 큰 일이었다.
그런데 이미 계약할 걸 어째.
그런데 시간은 흐르고 흘러 두달이 지나 3월 10일이 되어버린 오늘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다 끝내지 못했다.
고객에게 내일 완성된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드리겠다고 하였는데 프로그램은 아직도 20%나 넘게 남았고, 매뉴얼은 한 줄도 작성하지 못 한 상태다.
과연 밤새서 다 할 수 있을까.
왜 내가 그동안 다 못 했냐고, 변명을 해 보자면 9시부터 18시30분의 업무시간 동안 60%를 AS업무를 해야 했고, 30%는 이미 하고 있던 B고객의 프로그램 개발일을 해야했기에 이 프로젝트에 머리를 쓸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B와 A를 적절히 분배해서 더 급한 B를 먼저 하느라고 A일은 B를 하다가 막혀서 남는 시간이나 업무시간이 끝난 후에 해야하는데 회사에서 야근수당을 주느냐? 없어도 내 페이가 좋으냐? 하면 어느덧 5년차라는 경력에 비하면 또 하는 일에 비하면 박봉이다.
힘들어.
아직은 시간이 많이 있으니까.
1월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퇴근하고 남친이랑 놀거나 게임하거나 운동하거나 그렇게 여가시간을 보냈다.
B일을 다 끝내고, 2월에 C일이 생겼다. 이제 슬슬 A일을 해야하는데 C가 더 급한 상황이다.
그래서 C와 A를 적절히 분배해서 하기위해 업무시간을 반을 쪼개 오전에는 C를 하고 오후에는 A일을 했다.
중간중간 AS업무는 덤이다. 그래서 여전히 A일은 진척이 가지 않았다.
2월 중순이 되고서야 조금 여유가 생겼다. C일이 미뤄진다는 것이다.
A일은 계약서 상으로는 2018년 12월 말에 시작한 것이고, 영업이사님의 통보하에 시작된 날짜는 1월10일이었지만 실제 내가 제대로 시작할 수 있었던 날짜는 2월 중순이 되어서야 비로소 개발일만 봤을때 A일을 전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40일프로젝트인데 2월 중순부터 3월 4일까지 하려면 참 빠듯했다.
회사에 남아 있는다고 해서 야근수당을 주는 것도 아니고, 업무가 끝난 시간에 전화하는 고객으로 인한 전화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리긴 싫었으므로 집에서 일하면서 빠듯한 일정을 지키기위해 노력했다.
오랜만에 야근을 했다.
주말에도 병원갔다와서 일을 했다.
나는 이 회사에 개발일을 하려고 들어왔는데 왜 AS업무가 이렇게 많은거지 싶다가도 내 근로계약서를 보면 나는 AS업무노동자인데 왜 내가 개발일까지 하는 거지하는 마음이 들었다.
정말이지 내가 이걸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했던 과거의 내 입이 원망스럽다.
처음부터 [이걸 어떻게 해요. 일정에 못 맞춰요. 일단 하긴 하는데 분명 일정에 못 맞춰요. 이건 너무 살인적이 스케줄이다.] 라고 못박아 놓고 시작할 걸 그랬다.
내일 고객에게 변명할 준비를 해야할까.
조금이라도 더 해놓고 출근을 해야할까.
아, 일하기 싫다.
어디서 자연재해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몸이 막 아파서 응급실에 실려갔음 좋겠다.
그럼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지 않을까.
휴. 그건 너무 나쁜 마음이겠지.
에휴. 푸념은 이만하고, 프로그램은 해도해도 끝이 안 나니 일단 매뉴얼부터 만들어야겠다.